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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밤을 밝힌 횃불
앨버트의 노트
나는 초대받지 못한 손님으로서, 한밤중에 이 "엠버의 숨결"이라 불리는 피난처에 잠입했다.

디스엠버 위에 세워진 걸작, 그리고 최첨단 엠버 테크가 모두 담긴 복잡한 장치들. 그야말로 가장 생생한 "기적"의 형상이었다.

나는 디스엠버에 감염된 사람들이, 괴물 취급을 받으며 쫓겨난 그 사람들이 토치라이트의 헌터가 된 것을 보았다.

멸망을 앞둔 세상에도 이런 뜨거운 희망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인가?

토치라이트... 당신들이 마주하게 될 결말이 너무나도 기대된다.



최후의 전투
앨버트의 노트
안다린 산지를 탐험하면서 오래된 석판들을 많이 발견했다. 석판에 적힌 고대 문자를 해독하면서 이 안다린 산지 전체가 힘의 시대에 최후의 전투가 벌어졌던 고대 전장이란 것을 발견했다. 내 예상과 딱 맞아떨어졌다.

나의 조상들은 일찍이 이곳에서 드래곤족과 사투를 벌였고 결국에는 승리를 거두었다. 그로부터 만년이 지났지만, 내 선조의 용맹한 영혼이 여전히 이 땅에 있다는 걸 나는 느낄 수 있다.

눈을 감고 주변의 뜨거운 바람을 느끼며 오래된 석판에 적힌 그 장면들을 떠올리면 마치 그곳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날, 하늘의 권족이 빙빙 돌며 난무하더니 하늘이 불타오르고 위대한 신이 유성처럼 흩어져 떨어졌다."
원시적 전쟁터
앨버트의 노트
전쟁의 흔적은 만 년의 시간과 함께 사라졌지만, 드워프에게는 여전히 원시적 전쟁터로 불리는 이 땅... 우리 조상들의 마지막 영광, 동족상잔, 배신과 고립, 분열과 파멸을 목격한 땅이라고 한다. 지금 이곳에는 작은 고블린들이 산다.

고대 드워프들이 전쟁용으로 만든 거대한 무기가 살기 좋은 고블린 마을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 옛날 폭력의 상징이었던 무기에게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이 든다. 온 대지가 몸살을 앓는대도 평화를 향한 신념은 절대 흔들리지 않는다. 이 신념 하에 디스엠버가 활개 치는 전쟁의 시대에 사는 수 많은 종족이 손을 맞잡았다.

나는 고블린 대사제와 함께 고블린 종족이 멀리서 온 손님을 대접하기 위해 직접 빚은 술을 함께 마신다. 우리는 밤늦도록 웃고, 마시며, 이야기한다. 디스엠버가 몰고 온 피비린내가 진동하지만, 오늘 밤의 우리는 맞지 않는 음률로 내일 아침 떠오를 태양을 노래한다. 이것이 레이티스 대륙에 사는 우리의 모습이다.
배신의 저주
앨버트의 노트
오늘 고대 드워프 문자를 해독하다가 굉장히 웃긴 걸 봤어. 글쎄, 고블린과 워랫이 저주받은 드워프라지 뭐야? 우리 선조들도 참 농담을 좋아하나 봐.

모두 알다시피 고블린은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할 때 재채기를 해서 그 콧물에서 태어난 종족이야. 이 일은 역사학자들 사이에 수도 없이 증명된 고정불변의 진리라고. 하지만 우리 선조들은 그들이 예전에는 명성이 자자한 드워프의 영웅이었는데 어리석은 약속 때문에 종족을 떠났다고 했어. 결국 그들의 배신이 저주를 불러왔고, 종족을 떠난 드워프들은 추악하고 약한 고블린으로 변해버렸다는군.

하지만 고블린이 어떻게 드워프일 수 있어? 정말 말도 안 돼. 이런 농담은 하나도 웃기지 않아.
토치라이트의 서약오늘 밤 나는 별빛 아래 횃불을 치켜들고 나의 맹세를 이행할 것이다.

과거의 신분과 명예를 뒤로하고, 권리와 이익도 마다하며 이름 없는 불이 되어 나의 형제와 하나가 될 것이다.

우리는 어둠을 찢는 날카로운 칼날이자 어두운 밤을 끝내는 여명이다. 나는 모든 것을 바쳐 밤의 장막 아래 성화가 되고자 한다.

나는 토치라이트다. 자유와 희망이자 영원히 포기하지 않는 빛이다. 이 기나긴 밤 우리의 이름이 울려 퍼지게 할 것이다.

평생 나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고, 죽을 때까지 변치 않을 것이다.
항룡 성벽
앨버트의 노트
삽 23개를 희생하고 나서야 마침내 이 전설 속 성벽에 오를 수 있었다.



두 발로 강철 성벽을 밟은 순간 영혼을 울리던 전율과 자긍심은 아래에서 성벽을 올려다보던 그 어느 때와도 비교할 수 없이 강했다.



우리 선조들은 험한 산을 뚫어 드워프족의 자랑인 강철 병기를 산속에 옮겨두고 신을 능가할 만큼 강한 거대 용과 싸웠다.



성벽 가장자리에 서서 구름 속에 가려진 안다린 산맥을 바라보고 있자니, 마치 기계가 요란스럽게 작동하는 소리, 무기가 쟁그랑 부딪치는 소리, 거대 용이 포효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나는 이곳에 조금 더 머물며 이 풍경을 최대한 상세히 기록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엠버 테크 등산 장치를 설치하는 데 예산을 좀 투자할지도 생각 중이다.

용 대항 무기
앨버트의 노트
용과 대적한 무기가 성벽 위에 우뚝 서 있는 모습을 처음 본 순간, 나는 그 거대함과 견고함에 탄성을 금치 못했다. 이어서 무기를 뽑아보려던 시도 끝에 고서에 기록된 힘의 시대 드워프들의 키에 의문이 생기고야 말았다.

하지만 이내 모래자갈 깊숙이에 묻힌 거대한 로봇을 발견했다.

그 순간 선조들이 로봇을 조종하며 거대 용과 싸우는 모습이 눈앞에 그려졌다. 화염이 하늘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강철 무기들이 부딪치며 소리를 냈다. 거대 용이 쩌렁쩌렁한 포효와 함께 광활한 대지 위로 추락했다.

나는 계속 걸어서 월 캐논 앞에 멈춰 섰다.

포관이 하늘을 향해 직선으로 솟은 이 월 캐논은 오로지 하늘에서 맴도는 거대 용을 제거하기 위해 만들어진 무기였다. 그들은 역사와 함께 만 년의 긴 잠에 빠졌지만, 그들이 만들어낸 정교한 기계는 세월의 풍파에 굴하지 않았다.

최후의 전투가 힘의 시대에 종말을 선언한 전투라면, 항룡 성벽은 가장 견고하고 빛나는 그 시대의 상징일 것이다.



찢어진 일기장"……

하지만 나는 디스엠버 감염이 절망으로 향하는 길은 아니라고 믿는다.

사랑하는 고향이여, 안녕.

나는 디스엠버 감염자들을 찾는 원정에 오를 예정이다."



"얼마 전 데려 온 이 아이는 훈련을 마치고는 여느 때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보고 있다."

선생, 언니, 어쩌면 엄마로 여기는 듯한 눈으로."

"나는 아이가 내게서 무슨 말을 원하는지 알았던 것 같지만, 어떤 말도 해주지 않았다."

"감염자로서 일찍 죽을 운명인 아이에게 끊어낼 수 없는 것을 많이 줄 수는 없었다."

"오리온 선생님께서 우릴 떠날 때처럼."



"오늘, 나는 옛 인연을 만났다. 내 어린 시절 친구, 라이언.

라이언은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난 실력을 가졌음에도 크로우가 되길 고집했다.

...."



"……

내게는 일찍이 자격이란 없었지만.

그래도, 사랑하자.

우리에게 타협이란 없다는 걸 종말의 세상에 증명해야 한다."

이지스 갑옷
앨버트의 노트
최근 수집한 고대 문헌에서 최후의 전투에 관한 기록을 발견했다. '이지스 갑옷'이 우리 조상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열쇠라고 했다. 영웅이 이지스 갑옷을 입자 그의 몸이 산처럼 장대해졌다. 그가 두 주먹으로 때려 생긴 구덩이는 후에 산골짜기가 되었고, 두 발에 움푹 팬 곳은 후에 강이 되었다. 그가 강림한 순간 전쟁과 통치의 시대는 막을 내렸다.

나는 '이지스 갑옷'이 뭔지 알 수 없다. 그런 위대한 물건은 직접 보지 않는 이상 그것의 존재를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지하의 드워프
앨버트의 노트
땅속에 웅크린 또 다른 드워프... 전혀 예상치 못했다. 이 거대한 종족, 우리 지상의 종족과는 판이한 기술. 그렇다, 그들의 설비는 내가 안다린에서 본 고대 기계의 잔해와 정확히 일치한다. 이 모든 것은 카잔 왕에 관한 전설이 떠오르게 한다.

아니, 전설이라기보다 애써 묻어버린 역사라고 하는 게 더 맞겠다. 하지만... 모든 드워프에게 역사를 직시할 용기가 있는 건 아니다. 우리가 후손을 위해 만든 역사 교과서 속 고대 드워프의 모습은 용과 싸워 승리를 쟁취하는 데서 끝난다.

하지만 우리는 그 후에 발생한 일들을 명백히 알고 있다. 카잔 왕에게 충언을 올린 탓에 감옥에 갇힌 매그너스 왕은 감옥에서 산맥의 심장으로 이어지는 비밀 통로를 뚫었고, 아무도 모르게 스파크를 훔쳤다. 매그너스 왕이 스파크를 들고 지상으로 도망칠 때, 스파크를 따라 빛이 움직이면서 지하 갱도가 어둠에 잠겨버렸다고 한다. 수백의 드워프가 스파크의 빛을 따라 매그너스 왕과 함께 지하 세계를 떠났고, 그것이 지상 드워프족의 시작이었다.
깨진 이름표 상의 명문잡동사니 무더기에서 깨진 이름표를 찾았어요. 퀸이라고 적혀있네요.
드워프 작업 감독의 일기"11월 5일, 급여가 나오지 않았고, 휴가도 절반 깎였다. 일꾼이 게으름을 피워서 작업이 연장됐는데, 책임은 내가 져야 한다니."

"11월 7일, 일꾼은 내가 너무 빡빡하다고 불평하지만, 나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오늘 아침, 옆 구역 담당자 퀸은 결정 채굴량이 적다는 이유로 언제 돌아온다는 기약도 없이 카잔의 심장으로 끌려갔다. 나는 그런 꼴을 당하고 싶지 않다."
순찰대의 일기오늘 나는 도칼 폐하의 명으로 정식 순찰대원이 된다. 폐하를 위해 신민들을 책임지고 단속해야지. 내가 제일 먼저 단속할 놈은 바로 저 농땡이, 팔이라는 녀석이다. 어제 작업 시간에 몰래 자갈이나 모으고 있길래 주의를 줬더니, 나더러 짜증 난다나 뭐라나! 다 도칼 폐하의 위대한 업적을 위해서였는데!

폐하를 뵈러 갔을 때 폐하와 나란히 서 있는 검은 옷을 입은 놈을 보니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지상에서 온 놈인 것 같은데 폐하와 이야기를 하면서 나란히 서있기까지 있다니! 내가 폐하께 말씀 한 마디라도 올릴 날이 올까? 그렇다면 정말이지 가문의 영광일 텐데.
드워프의 왕
앨버트의 노트
나는 드워프 왕을 알현하는 무리에 섞여 들어 으스대며 만인의 옹호를 받는 젊은 왕을 바라봤다.

하지만 그의 눈은 흐리멍덩했다. 그는 고대 드워프의 영광과 스파크에 의해 불 지펴진 욕망에 눈이 멀어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는 듯했다. 그는 입만 열면 "드워프 왕국의 내일을 위하여!"라고 외치면서 사실은 드워프 왕국의 오늘을 갉아먹고 있었다.

우리 조상들이 세상에 남긴 마지막 글을 본 후 나는 여정을 끝낼 때가 됐다고 느꼈다. 나는 힘의 시대에 관한 생각을 완벽하게 정리했고, 어쩌면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모든 것을 역사 속에 써넣게 될지도 모르겠다.

나의 조상이 세상에 남긴 말을 대륙 공용어로 번역해 뒀다. 내 취향대로 약간의 수사를 첨가하긴 했지만, 핵심 내용은 바뀌지 않았다. 내가 여행에서 기록한 문자들을 언젠가 누군가 발견해주길. 영웅의 희생은 기억되어야 하니까.
나의 자손들에게후세의 자손들에게:

우리는 과거 한 세기 동안 거대한 용의 노예로 있다가 그들의 잔학한 통치를 전복했다. 이 유례없을 승리는 우리 드워프의 문명에 거대한 족적을 남겼다.

하지만 나의 형제인 그 시대의 위대한 황제는 점점 최초의 불꽃이 가져다준 힘을 잃어갔다. 그는 우리가 왜 패권에 반항했는지 잊어버렸고, 우리 종족이 거대한 용에게 학대 당하고 억압받던 때를 잊어버렸다. 그는 세상의 중심에 서 있었지만, 명예와 욕망에 젖어 들었다. 이것은 내가 가장 보고 싶지 않았던 것이었다. 이 교만한 드래곤 슬레이어는 사악한 드래곤이 되고 말았다.

그는 드워프가 승리의 열매를 독식하고 최초의 불꽃을 땅밑에 영원히 남겨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우리 모두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드워프의 문명은 충분히 번영했고, 땅 위의 종족과 생명 모두 우리보다 더욱 그 힘을 필요로 했다. 내 형제의 말대로라면 결국 그들의 문명은 어둠 속에 철저히 삼켜질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들을 위해 나서야 했다. 설령 이렇게 하는 것이 우리 종족을 배신하는 것이 되어 영원히 배신자라는 오명을 쓰게 되더라도 말이다. 나는 나를 따르고자 하는 용사 수 백 명과 함께 최초의 불꽃을 훔쳤다. 이 때문에 나의 형제는 크게 노했고, 우리가 영원히 왕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했을 뿐 아니라 우리 자손들이 영원히 추악하고 허약한 기형아가 되는 악독한 저주도 내렸다.

처음에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하지만 내 아내가 기형아를 낳고 나서야 나는 저주가 들어맞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나와 함께 나온 수 백 명의 종족들 자손 역시 하나같이 추악한 기형아였다. 떨어진 잎은 다시 돌아갈 수 없고, 혈맥은 이어질 수 없었다. 이것이 바로 배신의 대가였다.

내 후손들이 이 글을 읽을 능력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들의 미래가 굉장히 가슴 아프고 안타깝다. 하지만 내가 한 일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이제 최초의 불꽃은 원래 자리로 돌아갔고, 만물은 그것의 빛을 느낄 수 있게 됐다. 독재와 괴롭힘은 사라지고, 세계 문명은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었다.

내 미래의 자손들이여, 그대들이 다행히 우리의 글을 읽게 된다면 우리를 대신해 누명을 벗겨주길 바란다. 우리는 배신자가 아니다.

우리의 희생은 세계 문명에 기나긴 번영을 가져왔다.

배신자-매그너스
계약토치라이트의 헌터와 크로우 사이에는 끊어낼 수 없는 매듭이 있다.

헌터와 계약을 맺은 크로우는 헌터가 완전히 디스엠버화 되지 않도록 자신의 몸을 바쳐 헌터의 체내에 있는 디스엠버를 공유한다.

계약 의식 또한 위험으로 가득하여, 매우 강한 정신력의 크로우만이 이를 견뎌낼 수 있다.



허상의 안식처
앨버트의 노트
나는 교단의 피난처로 왔다. 수많은 사람이 갖은 방법을 써서 들어오려는 광명의 안식처에 말이다.

비싼 헌금, 엄격한 교율, 번거로운 수칙.

우리에 갇힌 가축들은 돈으로 쌓아올린 '평화'를 누리고 있었다.

거짓된 광명은 결코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다.
안토니오의 연구 일지8월 31일 맑음

오늘은 성전을 떠나 여명의 성소에 도착한 첫날이다.

옛 동료들은 나를 '늙어서 치매'라고 비웃었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

3일 전 나의 <엠버 부품을 이용해 실격자를 치유하는 타당성 분석>이 다시 한번 부주교 키건에게 기각 당했다. 그는 내가 맡은 바 책무를 다하지 않는다고 호되게 꾸짖으며 '실격자를 이용해 교단을 해치려 한다'는 등 일련의 죄명을 씌웠다.

하아, 대주교의 병이 심하지 않았다면 키건도 이렇게 날뛰지 못할 텐데.

계율의 기사인 로메르만이 나를 위해 나서주었다.

그는 대주교 데릭이 입양한 아이로 큰 기대를 받고 있었고, 계율의 기사들의 미래 지도자였다.

결국 로메르의 힘겨운 노력 끝에 나는 귀양 대신 여명의 성소로 오게 됐다.

얼마 안 되는 짐을 펼쳐 곰팡이를 없애려고 햇빛을 쪼이고 있는데 로메르가 여명의 성소로 왔다. 그는 진지하게 그와 나의 관점이 일치한다고 했다. 광명은 소수만을 비춰서는 안되며, 실격자도 똑같이 구원받을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솔직히 로메로는 내가 교단에서 만난 몇 안 되는 정의로운 사람이었다.

나는 여명의 성소에 살면서 실격자를 구원할 길을 찾을 것이다.


9월 2일 흐렸다가 큰 비

연구가 지지부진하자 나는 이를 악물고 내 연금을 가지고 밤을 틈타 몰래 신도의 거리로 나왔다.

나와 접선한 사람은 한 젊은 소녀 실격자였는데 오토바이를 탄 채 벽 위에서 뛰어내려 하마터면 내 노쇠한 심장이 멈출 뻔했다. 그녀의 오토바이는 예상과 달리 안정적으로 내 앞에 멈춰 섰고, 아무런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가장 싼 엠버 부품이 필요하다는 내 의뢰에 그녀는 의미 모를 웃음을 터뜨렸다. 은근히 부아가 치밀었지만 다행히 그녀는 이내 진정하고는 내 소중한 돈주머니를 받아 무게를 가늠해 보더니 다시 던졌다.

"나중에 다시 얘기해!"

그 말만 남긴 채 그녀는 자신의 오토바이와 함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나는 억수 같은 비가 내 몸을 흠뻑 적실 때까지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9월 3일 맑음

비가 새서 흠뻑 젖은 이불을 말리고 있는데 그 실격자 소녀가 지붕에서 훌쩍 뛰어내리더니 건들거리며 내 앞으로 걸어왔다.

그녀의 등장에 놀란 나는 창백해진 얼굴로 다급히 그녀를 집 뒤로 데려갔다.

"영감! 봐! 엠버 부품이야!" 그녀는 목소리를 낮추었지만 나는 그 속에 서린 희열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불룩한 자루를 내 쪽으로 던졌다. 나는 두 손을 떨며 자루를 열었다. 자루 안에는 각양각색의 엠버 부품이 들어있었는데 낡은 것도 있고, 새것도 있었다. 심장이 점점 빠르게 뛰는 걸 겨우 진정시키고 그중 가장 오래된 것을 골랐다. 어쨌든 성전의 그 뚱뚱한 놈들처럼 골드를 함부로 뿌릴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돈주머니를 뒤집어 골드를 한 닢 한 닢 세고 있는데 그 소녀는 즐거운 듯 휘파람을 불더니 이내 몸을 돌려 벽 위로 뛰어올라 하얀 벽돌담 사이로 사라졌다.


9월 6일 맑음

며칠간의 연구 끝에 나는 엠버 부품의 작동 원리를 철저히 이해했다.

얇디얇은 엠버의 결정 조각에 고정된 무늬를 새기면 이 평이한 엠버 결정 조각은 '엠버 부품'이 될 수 있었다. 엠버 부품은 실격자 체내의 디스엠버 에너지를 불러일으키고, 이 에너지는 부품에 주입되어 그 문양들에 전달되고 확대되어 결국에는 하나의 멋진 '기술'이 된다고 한다.

나는 '파이어볼'이라는 엠버 부품을 각인한 후 그것을 손바닥에 놓고 에너지를 감지하려 했다. 손바닥에 약간 열이 나는 것 외에 다른 느낌은 없었다.

나는 문양들을 개선해 새로운 엠버 부품을 만들었다.

이 엠버 부품들이 진정한 주인을 찾아가길 바란다.
추락한 왕정
앨버트의 노트
제국은 이미 끝장났다. 이상할 것도 없었다. 아르미니우스가 비열한 수단으로 헤르만 가문을 쫓아냈을 때부터 이런 날이 올 줄 예상했다.
지금 교단은 황성의 갈기갈기 찢어진 시체 위에서 자신들의 통치를 공고히 하면서 광명이라 자부하고 있었다
사실 교단와 제국은 뻔뻔함에 있어서는 막상막하였다.
두 얼굴의 성전
앨버트의 노트
나는 성전에 잠입했다. 수천 년 동안 교단이 그들의 선조로부터 계승한 빛의 마법이 어디까지 발전했을지 보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본 것은 그들이 가장 기초적인 치유 주술로 신도들을 현혹하고 최고급 장벽 주술로 스파크 성전으로 통하는 문을 봉쇄하는 것이었다.

성 드랭의 교의본 책은 성 드랭 교단의 교리이다. 교단의 모든 구성원은 이를 최고의 행위 규범으로 삼아야 한다.

1. 교단의 사제는 해가 뜨면 기도하고 해가 지면 쉰다.

모든 사제는 해가 뜨기 전에 성전 로비로 와 직급에 따라 줄을 서야 하며 태만해서는 안 된다.

햇빛이 교단 입구의 7층 계단에 닿을 때 대주교는 기도 시작을 선포한다. 이때 사제 전체는 눈을 감고 숙연히 서서 양손을 모은다.

2명의 신부가 주기도문을 읊으면 사제는 작게 따라 읊는다.

기도가 끝나면 사제는 순서대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다.

해가 지면 모든 사제는 최대한 빨리 교단을 떠나 자신의 거처로 돌아가야 하며 오래 머물러서는 안 된다.


2. 구성원 전체가 외출할 때는 모두 서면 신청서를 제출하고, 자진해서 디스엠버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론상 교단 구성원의 외출은 허용되지 않는다.

특수한 상황이 발생하면 교단 집사에게 서면 신청서를 제출하고, 부주교의 심의를 거쳐 외출 통행증을 받아야 한다.

교단으로 돌아갈 때는 성 드랭에 디스엠버가 유입되지 않도록 자진해서 디스엠버 검사를 받도록 한다.


3. 성 드랭에 잠입한 유민을 적극적으로 신고한다.

성 드랭에 입주하려면 엄격한 심사가 필요하며, 이를 제외한 성 드랭에 들어온 모든 이는 침입자로 간주해 처리한다.

구성원 전체는 그들과 정면충돌을 피하고 최대한 빨리 교단 집정관이나 성도군에게 상황을 알려 침입자를 추방하도록 한다.

4. 성도군은 자신에게 엄격하고, 성 드랭의 교리를 준수해야 한다.

성도군은 대주교 데릭의 명령만 따라야 하며, 일상 기도 등에 참여할 필요가 없다.

성도군은 교단 전체의 사제와 성도 전체의 주민들을 보호하고, 침입자를 추방할 의무를 가진다.

성도군은 매일 적어도 두 번 순찰을 해야 한다.
스파크와의 재회
앨버트의 노트
고생 끝에 나는 교단이 스파크를 보관하는 성전에 섞여 들어갔다.

스파크의 빛은 지난번 보았을 때보다 훨씬 어두웠다. 교단이 그걸 이용해 뭘 하는 것일까?

스파크가 이런 하찮은 것들 손에 떨어지다니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최초의 불꽃의 미래
앨버트의 노트
이 대륙을 여러 해 여행하면서 나는 줄곧 최초의 불꽃과 스파크에 대한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역사의 모든 기원에서 최초의 불꽃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은 마치 어둠 속의 횃불처럼 사람이 나아갈 방향을 인도했다. 하지만 지금 이 횃불은 이미 꺼져버렸다. 최초의 불꽃은 이세계에서 온 사악한 신의 공격을 받아 네 개의 스파크로 부서져 세계 곳곳으로 흩어졌다.

산산조각 난 스파크의 힘은 급격히 줄어들었지만, 한 구역의 디스엠버 에너지를 몰아낼 힘 정도는 지니고 있었다. 교단은 스파크의 힘을 이용해 난세 속에서 안주하며 신도들을 받아들이고 부를 축적했다. 그 사제들의 오만한 얼굴만 생각하면 나의 이 매혹적인 붉은 수염이 극렬하게 떨리는 것이 느껴진다... 퉤! 하찮은 것들! 겁쟁이! 비겁한 놈들 같으니!

교단 말고도 '토치라이트'라는 신흥 조직이 비밀리에 스파크를 보호하고 있었다. 그들 대부분은 가련한 실격자였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 빌어먹을 세계에 대항하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그들에게 감탄했다. 그들이 돌연변이 몬스터에 홀로 대항하는 것만으로도 교단보다 몇 배나 대단한지 모른다!

매번 교단의 그 소인배들이 스파크를 둘러싸고 있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떠올릴 때마다... 나는 토치라이트가 언젠가 그자들의 스파크를 빼앗기를 간절히 바란다!
황성 주민 규칙1. 해가 지면 외출을 금지한다.

2. 매달 제때 헌금을 납부하며, 연체해서는 안 된다.

3. 일주일에 두 번 이상 기도에 참여한다.

4. 사사로이 성 드랭을 떠나면 안 된다.

5. 사제와 성도군의 일상 업무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

6. 외부인이 성 드랭에 들어오는 것을 도와서는 안되며 위반 시 즉각 추방한다.

7. 디스엠버, 실격자, 제국에 대해 사사로이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교단의 모든 결정에 의심을 품어서도 안 된다.
몬스터의 비밀안드리치에게:

안드리치! 그 몬스터를 또 봤어! 절대 잘못 본 게 아니야! 이번에는 날 믿어줘!

어젯밤에 졸고 있는 성도군을 피해 골목 깊숙이 들어가자 그 가늘고 긴 그림자를 또 보았어. 온몸이 창백하고 머리가 부풀어 오른 것이 꼭 수박 같았어! 두 다리는 뼈가 없는 듯 축 늘어져 바닥을 짚고 있었지만, 목과 가슴에는 여러 개의 손이 자라나 있었어!

너무 놀라서 나무 뒤에 숨어 꼼짝도 하지 않았어. 그 몬스터는 손으로 땅을 짚고 화단을 기어 올라가 밀리네 창문에 섰어! 그 많은 새하얀 손이 밀리네 집 창틀을 움켜쥐고 그녀의 집 유리에 얼굴을 찰싹 붙이고 있는 모습이 얼마나 무서웠는지 몰라!

내가 성도군에게 도움을 청하려는데 그 몬스터가 갑자기 손을 놓았어. 그리고 손을 땅에 짚은 채 재빨리 달아났지. 다행히 그놈은 밀리네 집에 들어가지 않았어.

안드리치, 안드리치, 오늘 밤은 나와 함께 나가자! 성도군 아저씨들한테 발각당하지 않을 거라 자신해! 우리 함께 신도의 거리 몬스터의 비밀을 밝혀내자!
신봉자의 골목
앨버트의 노트
이곳은 교단의 '인자함'의 결정판으로 보호를 구하는 사람에게 제공되는 거처이다.

아, 나야 당연히 이 '인자함'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안다. 성도에 입주하려면 1인당 10만 제국 골드의 '헌금'을 한꺼번에 납부해야 한다. 이 밖에도 1인당 매달 2천 제국 골드를 별도로 지불해 생활비를 충당해야 한다.

그 보답으로 교단은 이들에게 하루 종일 순찰하는 성도군과 견고한 방어 장치가 포함된 절대적으로 안전한 생활 환경을 제공했다. 탐험 정신에 따라 나는 그들의 장치를 시험 삼아 건드렸다. 강렬한 빛의 마법이 순식간에 내 몸을 관통했다. '고농도 엠버로 방어가 구동되면서 휴대하기 간편한 기계 갑옷'을 입고 있지 않았다면 지금쯤 뼈가 으스러졌을 것이다.

바보나 이런 곳에 살 거라 욕하면서 전략적으로 철수하려는 순간 찰칵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숙이고 발밑을 내려다보았다. 뭐야, 경보 기관 같잖아!

말이 끝나기 무섭게 회색 옷을 입은 사제 다섯이 서로 다른 방향에서 나타나 손에 든 날카로운 칼로 내 후덕한 배를 찔러왔다!

이때 나의 '고농도 엠버로 방어가 구동되면서 휴대하기 간편한 기계 갑옷'이 다시 한번 진가를 발휘했다. 그들이 아무리 힘껏 공격해도 나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고농도 엠버는 굉장히 비싸기 때문에 생각 끝에 결국 그곳을 떠났다.

정말 빌어먹을 곳이다!
성벽 경비병의 편지친애하는 안나에게:

마크와 메리를 데리고 성 드랭을 떠나기로 결심했어.

아는 게 많아질수록 이곳이 결코 생각했던 것만큼 아름다운 곳이 아니란 걸 알게 돼. 반복되는 무미건조한 일상 속에 마크와 메리의 웃는 얼굴에 그나마 기분이 풀어져.

하지만 그들도 결코 즐겁지 않다는 걸 난 알아.

그래, 너의 하루하루가 끝나는 걸 보게 된다면 삶은 더 이상 즐겁지 않을지도 몰라.

디스엠버가 막 폭발했을 때 나는 너무나 두려웠어. 내가 디스엠버에 감염되는 것이 두려웠고, 디스엠버 속을 뚫고 나오는 돌연변이 몬스터가 두려웠고,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잃을까 봐 두려웠어.

네가 막 디스엠버에 감염됐을 때 나는 지체 없이 너에게서 벗어나고 싶었어. 나는 사기꾼이고, 겁쟁이면서 구제불능의 바보야.

안나, 너의 편지는 모두 받았어. 디스엠버 감염자의 생활을 알려줘서 고마워. 덕분에 먼 곳에 토치라이트라는 조직이 용감하게 디스엠버와 돌연변이 몬스터에 맞서 싸운다는 걸 알게 됐어.

안나, 난 더 이상 디스엠버를 두려워하지 않을 거야. 이미 교단에 신청서도 제출했어. 네가 날 용서해 주든 관계없이 난 3일 후에 성 드랭을 떠날 거야.

마크와 메리가 자기 엄마를 만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어.

당신의 란터스로부터
탄식의 벽
앨버트의 노트
웃긴 소리지만 교단이 이렇게 경비가 삼엄하고, 두껍고 높은 벽을 짓는 목적은 절대 디스엠버 방어를 위한 것이 아니다.

그들은 단지 광명과 구원을 갈망하는 인간들을 높은 벽 안에 가두려고 것이다.

교단은 사람에게 저렴한 구원을 제공했다. 물론 전제는 그들이 바치는 돈이었다.
빛의 마법 장치
앨버트의 노트
교단 성벽에 3일간 잠복한 끝에 교단의 빛의 마법 장치의 작동 원리를 확실히 파악했다.

교단의 다양한 마법 장치는 크게 세 종류로 나뉜다. 바로 공격형, 장애물형, 전송형이다. 다시 말하면 '건드리면 공격당하는 형태', '거추장스러운 길막이 형태','한 무리의 사람들을 불러 구타하는 형태'인 셈이다. 내가 소장하고 있는 문헌 기록에 따르면 빛의 마법은 줄곧 치유, 정화와 수호를 추구해 왔다. 지금 이런 꼴이 돼버린 것에 나는 교단을 욕하면서 밥을 두 그릇이나 더 먹었다.

하지만 더 골치 아픈 문제가 생겼다. 내가 고소공포증을 극복하고 '초경량 압축식 엠버 부상 비행 장치'를 사용해 성벽을 떠나기로 결정했을 때 옆에 있던 성벽 기관 장치가 갑자기 튀어나와 공중에 떠 있는 나를 조준해 빛의 마법탄을 발사했던 것이다! 내 건장한 몸이 성벽에 세게 부딪친 것만 기억나고 그 뒤의 일은 기억나지 않는다...
음지에 숨은 죄악
앨버트의 노트
한번도 오늘처럼 이렇게 분노한 적이 없다.

선생님은 우리가 역사의 기록자일 뿐이라고 하셨다. 우리는 역사를 발굴하고, 역사를 증명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역사를 기록해 그들이 시간의 강 속으로 사라지지 않도록 해야 했다. 하지만 우리는 영원한 방관자일 뿐이었다... 차가운 침묵의 방관자. 역사를 꾸며서도, 역사가 될 것들에 영향을 주어서도 안 된다.

하지만 나는 계속 그처럼 역사의 가장 충성스러운 신도가 되어 모든 것을 냉담하게 방관할 수 없었다.

성벽 바깥에 있는 잊혀진 도시에 오기 전까지 나는 다른 자료를 통해 그들이 교단의 높은 벽 아래 모인 불쌍한 자들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들은 비싼 헌금을 지불하지 못해 후미진 골목에 모여 교단의 구원만을 갈망했다.

하지만 이곳에는 가난한 평민 말고도 거대한 암흑 조직인 울프맨도 있었다. 그들 대부분은 이전 제국의 병사들이었고 만만치 않은 무장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자신의 손에 들린 총으로 무고한 사람들을 조준했다.

원래부터 나는 가난한 사람에게 '보호비'를 받는 것이 가장 저열한 짓이라 생각했지만, 그 다음 발생한 일은 나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그날 밤 나는 건물 뒤에 숨어서 밤의 장막 아래 소리 없이 이뤄지는 모든 것을 지켜보았다. 울프맨 멤버 둘이 수십 명의 민간인을 데리고 은폐된 골목을 가로질러 가더니 성벽 아래 암문으로 사라졌다. 지금도 나는 그 사람들의 얼굴에 서린 경건함과 감격, 열정과 동경을 기억한다. 그것은 저 멀리 있는 구원에 다다른 것과 같았다.

울프맨이 그들에게 뭘 약속했는지 모르겠지만, 그것이 철저한 거짓말이라는 건 안다. 그들의 화물 목록에서 평민 한 사람당 500 제국 골드라 적힌 걸 봤기 때문이다.

나는 그들을 막고 싶었고, 구하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나는 성 드랭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그 텅 빈 수도원에 틀림없이 뭔가 숨겨져 있을 것이다.
울프맨 가입 계약서계약 번호: QL-110227-113

잊혀진 도시의 치안을 유지하고 도키 장군의 늑대 거리 지도 방침을 이행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이 계약을 체결한다.

1. 의무와 책임
양 당사자는 레니울프맨에 가입하고 상응하는 직책을 이행하는 데 동의한다.

2. 기한
본 계약을 체결하는 날로부터 울프맨 멤버가 된다. 울프맨은 직책을 이행하지 못한 멤버를 해고할 수 있으며, 멤버는 어떤 이유로도 먼저 울프맨을 탈퇴할 수 없다.

3. 근무일 및 근무 시간
3.1 스케줄 교대 근무
3.2 당직일에는 호출에 즉시 응해야 한다.
3.3 근무 시 3.2항이 3.1항에 우선한다.

4. 보수
울프맨의 보호, 무기 및 숙식을 제공한다. 기본 급여는 없으며, 수입은 월말에 분배한다. 분배 비율은 당월에 수취한 보호비의 액수에 따라 정한다.

5. 공제액
5.1 무기 장비 대여 비용. 대여 기간동안 무기를 자비로 관리하며, 무기가 파손되는 경우 원가로 배상하고 갱신 시 대여 비용을 50% 상향한다.
5.2 매월 정해진 날짜에 회비를 납부한다. 연체하는 경우 50%의 연체금을 별도로 지급해야 하며, 누적 3회 연체 시 개인 자산을 몰수하고 회원 자격을 박탈한다.

6. 계약 종료
제2조 참조

특별 안내: 본 계약에 서명하는 경우 본 계약상 모든 조항의 의미와 그에 따른 결과를 충분히 이해하며, 상대방 당사자와 본 계약을 서면으로 체결하고 본 계약의 구속을 받는 데 동의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최종 해석 권한은 도키 장군에게 귀속된다.

계약 체결 및 이행지: 늑대 거리

갑: 늑대 거리 인사팀

을: 레니
대장에게 보내는 편지뚱뚱하고 아둔한 전임 대장 올슨에게:

덕분에 지금 기분이 아주 좋습니다.

당신이 나를 실버라이트에 스파이로 가도록 강요했을 때 내 마음은 절망으로 가득 찼었죠. 하지만 이곳에 와서야 이곳이야말로 파라다이스란 걸 알았어요!

다른 사람과 교류할 때 일부러 험악한 표정을 짓지 않아도 되고, 나보다 직위가 높은 사람을 보면 비굴하게 무릎 꿇을 필요가 없다는 걸 처음으로 알게 됐어요. 차가운 통조림이 아니라 모락모락 김이 나는 음식을 처음으로 맛보았고, 한 노인이 지붕 수리하는 것을 도왔더니 미소 어린 얼굴로 건네는 신선한 당근 2개를 받았지요...

울프맨에 있을 때 나는 두려운 게 많았습니다. 날이 어두워 질까 봐, 임무가 떨어질까 봐, 당신에게 질책을 받을까 봐, 빚을 진 자들이 말을 듣지 않을까 봐 항상 겁이 낫지요. 하지만 지금은 어떤 것도 두렵지 않아요.

당신은 내가 누군지 당연히 기억 못 하겠죠. 어쨌든 나는 당신이 보낸 십수 명의 스파이 중 하나일 뿐이니까요.

하지만 내 육체와 영혼은 그 더러운 울프맨과 작별을 고했습니다! 이제 내 눈에 당신은 머리에 가득 똥만 가득 찬 더럽고 뚱뚱한 돼지일 뿐이에요. 권세에 빌붙은 짐승들을 데리고 그 더러운 개똥 속에서 뒹굴고 있는 뚱뚱한 돼지요!

다신 보지 맙시다! 울프맨!

당신들이 하루 빨리 끝장나길 기대하는 익명의 실버라이트 멤버로부터
실종 인구 통계이번 달 실종 인구 리스트 정리 결과 지난달보다 다소 감소함

워런, 남, 45세. 실버라이트 거리 47번지

웨인 남, 24세. 실버라이트 거리 981번지

벨라, 여, 25세. 실버라이트 거리 981번지

디클랜드, 남, 28세. 실버라이트 거리 189번지

올가, 여, 61세. 실버라이트 거리 19번지

……

주민 실종 사건은 울프맨의 혐의가 짙음. 현재 결정적인 단서는 잡지 못함
진흙이 가득 묻은 일기장어제 남은 가구를 조금 팔았지만 밀리와 엘사가 다음 달에 지불해야 할 헌금을 마련하지 못했다.

요 몇 달간 갈수록 비싸지는 헌금이 무거운 짐처럼 짓눌러와 숨을 쉴 수가 없다. 아버지기 남긴 재산은 일찌감치 내다 팔았고, 기념할 만한 것조차 남기지 못했다.

나는 돈이 필요하다. 아주 많은 돈이 필요하다.

돈만 있으면 우리 가족은 성 드랭에 모여 살 수 있다. 그 징글맞은 디스엠버에서 벗어나 홀리 라이트에 흠뻑 젖어들 수 있다.

3일 전, 울프맨의 보스 도키가 나를 찾아와 큰돈을 벌고 싶지 않느냐고 물었다.

일반인 20명을 교단에 잠입시켜주면 나에게 50만 제국 골드를 한꺼번에 지불해 주겠다고 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도키와 섞이고 싶지 않다. 하지만 그는 내 걱정을 간파한 듯 사람을 시켜 앞에 놓인 트렁크를 열었다. 휘황찬란한 골드에 눈이 어지러웠다.

나는 남편과 아버지라는 이름에 걸맞게 내가 행동을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부주교 키건의 편지불쌍한 내 동생, 날 용서해 주렴. 넌 이미 볼 수 없겠지만.

이 세계의 미래를 위해 성령은 희생을 허락한단다.

나는 줄곧 그렇게 믿고, 확신을 가지고 내 주변 사람들에게 실행해 왔지.

성령은 외로워서 동반자가 필요해. 내가 대주교가 되어 피안의 성역에 도착하면 그분에게 너의 노력과 희생에 대해 말할 거다.

그때가 되면 바다 건너 대지의 가시덤불이 걷히면서 영원히 너에게 열릴 거야.
스파크 실험 기록"스파크 실험은 성역으로 통하는 유일한 계단이다. 성령은 이미 나를 축복했고 이 새로운 세계의 문을 열어주었다..."

"교단의 실험은 하나같이 모두 실패했다. 인류는 이런 변화를 감당하기엔 능력이 부족하다. 어쩌면..."

"중대한 발견이다! 한 실험체가 살아남았다! 잘 관찰하면서 그녀가 깨어나기를 기대한다... 그녀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젠장! 그 생존자가 이곳에서 도망쳐 행방을 알 수 없다! 그녀의 폭발적인 힘은 정말 대단했다... 역시! 스파크 실험은 옳았어! 반드시 고수해야 할 위업이다!"
유성처럼 빛나는 화산 유리이 검은 암석들에게서 나오는 기이한 빛과 내 돋보기로 관찰해 봤을때, 이건 틀림없이 화산유리야. 근데 문제는 말이지, 이 암석들은 쓸모도 없는데 단지 장식하려고 이치 부족은 이걸 이 멀고 먼 사막까지 가지고 왔단 말이야?

또, 화산 유리가 만들어지려면 용암이 얼음이나 물과 만나야하는데, 이 사막이 보이는 것처럼 오래되진 않은 것인가? 단지 사람들로부터 멀리 떨어져서 스스로를 위해 과거의 비밀을 덮은 것일까?
윌이 제소미나에게 쓴 873번째 러브레터사랑하는 제소미나에게,

한 여름밤의 꿈같은 나의 제소미나, 네가 이 편지를 받고 기쁘길 바래.

"어찌 당신을 이 여름과 비교할 수 있을까..." 너를 처음 만난 그 순간을 떠올리게 하는 이 아름다운 시를 같이 전해. 그때 나는 막 별들의 쉼터에 도착했고 끝없이 펼쳐진 밤에도 이곳의 흩어진 돌들은 아름다운 별빛처럼 반짝였었지. 당신의 꼬리가 내 코끝을 스치고 지나갔을 때부터 내 가슴 속에서 열정이 피어오르기 시작했고, 그 순간부터 내 머리속에서는 어서 너에게 가보라고 싸우고, 입꼬리와 감출 수 없는 목소리가 너를 불러 이 기나긴 편지를 전해...

모든 진심을 담아

사막의 등불 공사 입찰서[입찰서] 프렌드십 엔지니어링 사막의 등불 프로젝트 입찰서

프로젝트 이름: 라크후마 지역 사막의 등불 공사

입찰인: 셜록

1. 입찰서:

어차피 투자를 통해 이치 공민이란 합법적 신분을 얻게 된 제가 조국을 위해 더 공헌하지 못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입찰 프로젝트의 입찰 서류와 관련 규정에 따라 프로젝트 현장을 답사하고, 입찰 문서 및 관련 문서 연구를 끝낸 후 저희 측에서는 계약 조항, 공사 건설 기준과 공사량 리스트의 조건에 따라 상기 공사의 시공, 준공을 맡고, 품질 결함 보증 책임을 기꺼이 지고자 합니다.

일단 저희 쪽에 낙찰되면, 입찰 숙지 사항에 따라 규정된 공사 기한인 5년 내에 완공하고, 모든 공사를 인도할 것을 보장합니다.

2. 시공 조직 설계:

사막의 등불 공사는 가장 멀게는 사막 변방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것은 다른 회사가 계획한 범위를 훨씬 초과하는 것이라 봅니다. 또한, 생태 보호자들의 연약한 감성을 보호하기 위해 보수주의자들은 어머니 강에 대한 어떤 모독도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당사는 기둥과 케이블을 파르타타 강 지역에 배치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러한 조치는 상기 민중들에게는 라이언 하츠 왕의 위대한 정책에 위배하는 승리의 증표로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타당한 연구를 통해 저희 회사는 파르타타 강 지역의 복잡한 지하 수계와 유사 토양에서는 시공을 진행할 수 없음을 대외적으로 선언하는 바입니다.
<고요한 파르타타 강> 단락파르타타 강은 처음에는 천연 수로가 아니었다. 고대 이치의 초대 군주가 이곳에서 신의 계시를 받아 뚫은 것이었다. 무수한 노동자들이 이 때문에 죽었고, 한때 민간에는 원성이 자자했다. 천 년 후, 꺼지지 않는 뜨거운 바람이 불어닥쳐 라크후마 고성의 비옥한 땅은 사막이 되고, 파르타타 강은 고대 이치 생존자의 마지막 오아시스가 된다. 더 나아가 훗날 이치 부족에 의해 생존이 달려있는 어머니 강으로 추앙된다. 그 당시 죽은 노동자들의 탄식이 시종 수증기 사이를 떠돌며 영원한 안식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에스메랄다의 고양이 목상투박한 인상에 유쾌한 목상의 배에는 '에스, 내 사랑하는 딸'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심혈을 기울여 배를 만든 것 같지만, 딱히 재능은 없어 보였다.
비행정의 묘지
앨버트의 노트
"세상에 마지막으로 남은 용의 거처를 찾기 위해 나는 라크후마 사막으로 왔다. 사막 깊은 곳에는 고양이 같은 습성을 가진 이치 주민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이 고대 민족은 '영원한 밤의 저주'를 짊어지고 있다. 이 저주로 외부인들은 그들과 접하기도 힘들고, 이곳 주민들 역시 장기간 사막에 갇혀 있다. 이전에 나는 이곳에 이상한 자기장이 있어서 나침반이 가끔 효력을 잃는다고 의심했다. 이 어둡고 긴 밤 속에서 곳곳에 널린 비행기 잔해를 보고서야 나는 마침내 확신할 수 있었다. 방금 일어난 추락 사고는 내 비행 허가증이 만료되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라이언 하츠 왕의 유지
출입 금지령
적의 우두머리가 도주하고 있다. 별의 쉼터에서 외부로 통하는 길을 모두 엄격하게 방어하고, 길에 늘어선 사막의 등불을 아낌없이 철거해야 한다. 그래서 반란군이 도망갈 수 있는 틈을 막아야 한다.
쓰다 만 이름 없는 편지사랑하는 에스메랄다에게,

당신의 이름을 직접 부르는 것을 용서해요. 이게 내가 당신을 부르는 마지막이니까요. 당신이 이 편지를 받을 때쯤이면 나는 별의 쉼터를 둘러싼 왕실군 전사들에게 둘러싸여 최후의 순간까지 저항하다 아마 이 세상에 없을 거요... 부디 몸 조심하고 너무 자책하지마시오, 비록 나는 죽지만 나이트스타를 위해 이 한 몸 바치는 것이니까. 나이트스타가 여명이 흩뿌린 모든 것을 거둬갈 거예요. 마지막으로 한 가지 부탁이 있어요, 혹시 우리 어머니를 만나시면 이 말을 좀 전해주세요...
라이언 하츠 왕의 유지
별의 쉼터 소탕하기
북적했던 시장의 상점은 모두 문을 닫았고, 무역상들의 재산을 몰수해서 변방의 조그마한 사막 도시로 귀향을 보냈다. 반란군에 동조했던 자들은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번화가에 가두어지고, 반란군과 같은 처벌을 받았다. 그곳에 자비는 더 이상 없었다.
사막 속에 흐르는 강
앨버트의 노트
"파르타타 강은 사력을 끼고 세차게 흐르며 어떤 옛정에도 연연하지 않는다. 고대 이치 부족은 강 상류에서 생활하며 기억과 역사가 제거된 사막의 과거를 지키고 있다. 참고로 앞길은 건설이 한창인 듯 케이블로 뒤덮여 있었다. 이곳에서는 자연 사막 생태를 볼 수 있어 좋다. 만약 사방에 인공으로 뚫린 흔적이 있다면 용이란 고대 생물은 어디로 가서 살았을까?"
윌이 제소미나에게 쓴 913번째 러브레터친애하는 제소미나에게:

황폐한 땅에 핀 마지막 장미 같은 제소미나, 네가 이 편지를 받고 기쁘길 바라.

별의 쉼터에서 헤어진 후 나는 사해의 변방을 떠돌며 사방으로 너의 종적을 찾아다녔어. 이 불쌍한 나를 동정해 네가 무사하다는 걸 알려줘... 우리가 별의 쉼터에서 다시 만나기를 고대할게.

모든 진심을 담아, 윌.
바람막이 화산암
앨버트의 노트
... 이곳의 암석들은 이 지역에 특정 시간마다 불어오는 광풍을 막기 위해 누군가 놓아둔 것 같다. 암석들의 구조, 단단함, 고온과 풍화에 강해서 마모도 잘되지 않는 점 등으로 보아, 이 암석이 작열하는 마그마가 분출돼 지표면에서 식어서 만들어진 화산암으로 보인다.

별의 쉼터에 있는 화산 유리를 떠올려보면 이 화산 암석들은 단순히 바람을 막기 위해 불쑥 솟아 있는 게 아닐지도... 혹시 이 돌들은 사막이 만들어지기 전부터 이곳에 존재했었던 것이 아니였을까 하는 대담한 추측이 들었다.

설마 암석을 사막으로 옮긴 것이 아니고 모래들이 화산을 뒤덮었단 말인가? 그러고 보니 이곳의 밤은 단순히 암흑일 뿐만 아니라 휘몰아치는 모래 광풍에는 화산 폭발 때 나오는 암석 미네랄 가루들이 섞여있다.

고온에 지하 자원이 풍부한 화산이라... 이 곳은 사막보다는 드래곤족들의 놀이터가 더 어울립니다.
오아시스 속의 감옥
앨버트의 노트
사방을 둘러싸고 있던 돌담을 뚫고 마침내 이치 부족의 집결치를 찾았다. 먼저 나는 거리 곳곳에 놓인 무기들을 보았고, 이 거친 모래벌판에서 힘들게 생활하는 이치 부족이 무예를 전설 속의 무예를 얼마나 숭상하는지 알 수 있었다.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자 길거리에 수많은 감옥들이 보였고, 이치 부족의 선조 때부터 전승된 포로를 대하는 방식을 짐작할 수 있었다. 내가 감옥 안에 갇혀있는 수많은 이치 부족 사람이었음을 깨달을 때까지 그들은 끝없이 국왕을 저주했다.

이곳은 마치 내란에 빠진 것 같았지만 나는 모험가 앨버트의 과제를 떠올리며, 최후의 드래곤의 흔적을 찾아 어느 한 진영에 속하지 않고 나아갔다. "용감한 모험가가 모험하는 용사와 다른 점은 단 하나. 여정 중에 시비에 휘말리는 걸 싫어한다는 것이다."
라이언 하츠 왕의 유지
사자의 심장 수호
트레틀 나소:

예언된 자가 곧 성지로 갈 것이니 반란군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

사적인 감정으로 판단력을 흐려 너의 가문을 부끄럽게 하지 마라.

태양의 후예는 나약한 연민을 느끼지 아니하며, 너와 에스메랄다 모두에게 그러하다.
서기관의 개인 기록라이언 하츠 왕 메이닉, 이치 부족의 새로운 통솔자. 이 젊은 국왕은 사막에서 오래된 기록을 찾아냈고, 그것을 통해 적막에 빠진 땅에 빛을 되찾아 주려 했다. 그는 그 기록들이 고대 이치가 인조 태양을 만들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는 걸 보여준다고 굳게 믿었다. 그는 사막에서 더 많은 것을 발굴해 선조들이 정말로 인조 태양을 하늘로 올려 고대 이치에 영원한 낮처럼 영광과 사치를 가져다주었다는 걸 증명했다.

...영원한 밤에서 태어난 백성들은 새 왕의 공허한 이상을 믿기 힘들었다. 젊은 국왕은 원래 있던 제도에 대항해 누가 국가에 더 많이 공헌하는지 겨루게 하려 했고, 이것으로 발전의 시기가 도래했다.

……

대량의 금이 끊임없이 중앙 대륙으로 운송되었고, 중앙 대륙의 황제가 허락한 '엠버 머신'으로 바뀌었다. 모든 시간, 모든 공간, 모든 역량이 사막의 등불 건설에 투입되어 이 땅의 미래를 유지할 것을 보장했다. 모두가 빛을 보고 경축했고, '라이언 하츠 왕의 이름이 사막에서 영원히 당신의 곁에 함께 할 것이다'라고 칭송했다.

……

하지만 사막의 등불이 가져온 광명으로는 라이언 하츠 왕의 야망을 채울 수 없다. 그 신비한 여자는 '네가 태양을 얻을 수만 있다면 이런 작은 등불 따위에 신경 쓸 필요가 있겠느냐'라고 충고했다. 그녀는 자신이 옛 전설에 나오는 예언된 자라 칭하며 라이언 하츠 왕에게 재앙이 닥칠 것이며, 그것이 태양을 되찾을 수 있는 증거라고 예언했다.

…….

라이언 하츠 왕은 평범한 인간은 태양을 거부할 힘이 없으며, 예언 속 일은 이미 일어났다고 말했다. 이어 빈번하게 징병해 이치 주거지를 봉쇄하고 <황금 조약>을 파기하고, 사막의 등불을 철거했다... 그렇게 예언 속 이치 부족의 내란과 외환에 저항했다. 하지만 보잘것없는 사관으로서 나는 이런 생각이 든다. 만약 처음 이런 예언의 말이 없었다면 그것들이 이렇게 정확하게 실현될 수 있었을까?

...그의 이름을 외치던 신하들은 그를 배신했고, 라이언 하츠 왕이란 이름은 점점 미치광이 왕으로 바뀌었다. 가끔 그는 거울을 볼 때면 돌처럼 굳어진다. 그는 거울에서 뭔가를 본 것 같다. 아마 자신이 이미 잊어버린 것들일 것이다. 공주가 나간 날, 그는 거울을 산산조각 냈다.

……
성지 순찰 일지성지 순찰 일지 2284

오늘 순찰 길은 매우 평온하다. 밤은 깊고 돌발 사건도 없다.

오늘부터는 날씨와 날짜를 기록하는 절차를 생략할 것이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어제와 오늘 영원한 밤이 계속되고 있다. 과연 무슨 차이가 있는가?

둘째, 대장 외에 순찰 일지를 확인하는 사람이 없다.

셋째, 내가 대장이다.

……

성지 순찰 일지 3029

오늘 순찰 길은 매우 평온하다. 밤은 깊고 돌발 사건도 없다.

……

성지 순찰 일지 3693

오늘 순찰 길은 매우 평온하다. 밤은 깊고 돌발 사건도 없다.

돌발 사건이 있기나 할까? 예언된 자가 기적처럼 강림하기를 기대할까? 아니면 폭도들이 쳐들어와 박살이라도 내주길 바랄까? 내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때부터 우리 가족은 대대로 성지 경비병을 맡았지만 성지가 열리는 것을 직접 본 사람은 없다. 어쩌면 내 손자의 손자는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성자가 시련을 거친 후 다른 사람들도 뒤따라 들어가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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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 순찰 일지

돌 위에 드리워진 그림자처럼 두 녀석이 몰래 담 모퉁이에 숨어 있었다. 그것들이 '성자님'이라 말하는 걸 들었지만 내가 다가갔을 때는 아무것도 없었다. 설마 환각이라도 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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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 순찰 일지

오늘 순찰 길은 매우 평온하다. 밤은 깊고 돌발 사건도 없다.

귀신 그림자를 본 그날부터 나는 날짜를 쓰지 않은 것이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느낀다. 최근에 나는 번호도 쓰지 않기로 했다. 예전에 읽었던 한 중앙 대륙 소설에서 산속 여관에 오랫동안 묵었던 작가가 일기장 날짜 때문에 혼란에 빠졌다는 대목이 있었다. 지혜로운 나는 그럴 위험을 사전에 차단했다. 하, 하,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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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 순찰 일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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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 순찰 일지 1

오늘 어떤 사람이 와서 낯선 사람을 본 지 얼마나 됐는지 캐물었다. 그 사람은 내일이 중대한 시기라고 말했다. 예언된 자일까? 아니면 라이언 하츠 왕인가? 신의 가호 아래 황제는 여전히 그일까? 어쨌든 수습을 좀 해야겠다. 자, 다시 순찰 일지에 번호를 썼다. 이건 좋은 징조다. 하지만 날짜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성지의 전설이 고대 부족의 후예들은 그들 중 조만간 예언된 자가 탄생하여 이곳의 시련을 이겨내고 그 배후의 비밀을 밝혀낼 거라 굳게 믿고 있다. 나는 반드시 명성을 떨칠 것이다. 나는 모든 오래된 문화 전통과 민족 금기를 기꺼이 존중한다. 하지만 이곳에는 세상의 마지막 용의 단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빈틈없는 과학 정신과 끝없는 지식 탐구 정신에 입각해 나는 이 성지에 발을 들여놓을 책임과 의무가 있다. 분명 나는 그 시련을 통과할 수 있는 예언자는 아니지만, 이곳이 모험가 앨버트가 침입한 첫 번째 출입 금지 장소는 아니다. 들어가는 방법에 대해 한 가지는 밝힐 수 있다. 드워프의 삽은 어떤 마법봉에도 뒤지지 않는다.
라크후마 고성에 관한 고찰
앨버트의 노트
"성지에서 들어와 황금으로 덮인 고성을 발견했다. 이처럼 거대한 황금을 한꺼번에 녹일 수 있는 열에너지는 아마도 거대한 용의 숨결밖에 없을 것이다.

나는 계속 전진하다 고성이 영령의 등에 자리 잡고 도전자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재연하는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왠지 영원히 그들을 격파할 수 없을 것이란 예감이 든다. 어쩌면 그들에게서 당신이 생각하는 승리는 얻을 수 없을 것이다. 당신은 그저 그들에게 융화되어 이곳과 하나가 될 뿐이다. 당신은 긴 복도와 폐허가 된 광장을 지나 이곳에서 죽은 지 천 년이 된 것을 다시 죽일 수 있고, 당신의 이름을 금으로 덮인 바닥에 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신의 통치는 이 폐허가 된 곳에만 미칠 것이다.

대체 무엇이 황금을 녹이고, 또 그것들을 여기에 가뒀을까? 나는 이것들이 용과 깊은 관계가 있을 거라 예감한다."
나를 슬픔에 잠기게 만든 '집에서 온 편지' 한 통
앨버트의 노트
편지를 한 통 주웠다.

"발비누스 각하께: 어떻게 회신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어디서부터 글을 써야 할지 모르겠어요. 당신은 어떤 대답을 기대합니까? 연못가에서 내가 어린 시절, 꿈과 불행을 토로하던 것을 당신이 듣던 것? 아니면 당신이 나와 어머니를 버리고 10여 년이 지나서야 내가 당신을 아버지라고 부른 것일까요? 예전에 나는 생각했습니다. 충분한 힘을 얻자. 그러면... 후에 나는 계속해서 패했습니다. 또 한 번은 생각했죠. 복수를 하자. 그러면... 지금 나는 태양의 격투장에 들어갈 기회를 얻게 됐고, 이름을 날릴 날이 눈앞에 다가왔습니다.

지지 않는 태양이 내성을 비추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 공기는 건조하고 모든 것이 새롭습니다. 이제야 끝난 전투에서 승리의 흥분감에 잠긴 저는 예전에 검을 들었을 때처럼 백배의 자신감을 가지고 다시 시작하겠다고 결심합니다. 저는 곧 여왕을 알현하게 될 겁니다. 제 인생에 다시는 사생아란 악명의 굴레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천재지변으로 그의 꿈은 성공의 문턱에서 좌절하고 말았다는 걸 우리는 안다.)
무너진 경기장 벽의 공지
앨버트의 노트
나는 기능은 비슷하지만 구조가 전혀 다른 두 경기장에 흥미가 생겼다. 그래서 꽤 오래 이곳을 돌아다니며 고대 유적을 탐방했고, 무너진 벽 위에 붙은 공문에서 관련 내용을 몇개 찾아 기록했다. 우리는 몇몇 검투사들이 달빛의 길 경기에서 비겁한 술수를 사용하는 것을 발견했다. 승리는 귀한 것이다. 하지만 여왕의 율법을 어기고 관전의 의미를 저해하는 행위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위대한 여왕님의 명령에 따라 우리는 규칙의 제약 없이, 오로지 승자만이 살아남는 '별빛의 길' 경기장을 만들었다. 언제든 와서 마음껏 비겁하게 싸워도 된다.
검투사의 서신사랑하는 어머니,

말없이 떠난 저를 용서하세요.

전 달빛의 길에서 패배하며 큰 죄책감과 수치심을 느꼈습니다. 제럴드 숙부처럼 경기에서 우승하지 못했으며, 가문의 명예를 더럽혔습니다. 하지만 믿어주세요. 어머니의 아들은 절대 나약하고 쓸모없는 놈이 아닙니다. 언젠가는 별빛의 길에서 설욕하겠습니다. 그곳에서 살아나온 단 한 명의 생존자가 여왕님을 알현할 수 있는 명예의 길에 오른다면, 그 사람은 분명 당신의 아들일 겁니다.

기다려주세요. 이곳에선 우편을 배달해주는 일꾼을 찾지 못했어요. 더 이상 질서와 서비스도 기대할 수 없는 걸까요? 하지만 조급해할 필요 없겠죠. 제가 여왕님을 알현하는 날이 오면, 여왕님께 편지에 입을 맞추어 달라고 부탁하고, 여왕님의 은택을 받은 영광의 편지를 어머니께 드리겠습니다.
귀족 검투사의 서신"마음이 불안정하긴 해도... 이것이 즐거운 경험이라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칼끝을 상대방의 목에 갖다 대고 그의 살을 베었고 결국엔 찢어버렸다. 피가 내 손바닥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 느낌에 등골이 서늘해졌지만 말할 수 없이 즐겁기도 하다..."
태양의 격투장 건물에 관한 고찰
앨버트의 노트
고대 이치 사람들은 마치 내일 죽는 사람처럼 흥청망청 생활하고, 또 마치 이 세상에서 영원히 살 것 처럼 무언가를 짓는다. 온 벽과 천장 그리고 기둥이 황금으로 되어있는 결투장 바닥에 흥건한 피들이 이들의 모순을 더욱 잘 보여주었다.

이 부조리한 세상의 여왕과 신하들은 인공태양을 띄워놓고, 해가 지지 않는 세상처럼 즐기려 했지만 마침내 태양이 추락한다. 황금 결투장이 녹아내리고, 황금 호박이 되어버린 사람들은 그 속에 영원히 박제된다. 그들이 가장 원했던 것이 가장 비참한 최후를 가져왔고 지금까지도 작열하는 황금모래가 넘쳐 이 곳의 울부짖는 망령들을 잠식하고 있다.
심연 아래
앨버트의 노트
"유적을 탐험하는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들었다. 하지만 난 방금 이 웅장하고 거대한 고대 궁전의 비밀을 조금 밝혀낸 것 같다. 궁전에 들어오며 몇 개의 수조를 지나쳤는데,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수조 안의 물이 여전히 따뜻했다. 아래에 천연 온천이 연결된 것은 아닐까? 화산암은 태양처럼 대량의 황금을 주조할 수 있는 열에너지를 충분히 용해할 수 있다. 그리고 눈앞에 있는 온천으로 심연 아래 화산이 있다는 걸 추정할 수 있다. 계속 아래로 내려가다 보면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마지막 용의 귀착점이 어쩌면 거기 있을지도 모른다."
이치의 황후에 대한 고찰
앨버트의 노트
이것은 여왕을 찬양하는 시에 관한 연구이다.

"팔로마는 원래 파르타타 강을 따라 흘러온 버려진 아기였다. 아마도 그녀는 젓을 물기도 전에 긴 강의 세례부터 받았을 것이다. 고대 이치인들은 그녀의 미모가 자연의 조화라고 생각했다. 왕성 안에는 여왕의 조각상이 대거 서 있었는데, 보기에는 그녀가 화려한 치마를 좋아하지 않고, 그저 황금으로 살짝 장식하기만 하는 듯했다. 조각상 밑에 그녀의 잠언이 새겨져 있다. 휘황찬란한 햇빛은 나를 위해 몸을 가린다."

책에는 그녀를 찬양하는 시가 수도 없이 많은데, 그녀의 미모를 생동감 있고, 세세하게 묘사했다. 삼색 눈동자에서 입가의 각도, 속눈썹의 수량까지 모두 창작의 영감이 되었다. 고대 이치인들은 팔로마에게서 수많은 아름다움을 보았다.

아름다움을 탐미하는 자들은 그녀에게서 무절제하면서도 혼을 빼앗는 아름다움을 보았다.

권력을 숭상하는 자들은 그 자태에서 비할 바 없이 높은 아름다움을 보았다.

살육에 빠진 자는 그 표정에서 무정하고, 자비 없는 서늘한 아름다움을 보았다.

여왕은 아름다움을 위해 만들어진 조각상과 같았다. 하지만 무수한 찬양 속에서 아무리 봐도 그 아름다움 속에는 인자함과 사랑이 빠져있었다.
고대 이치 왕정의 비밀
앨버트의 노트
고성이 깨어나고 있는 듯하다. 나는 무수한 그림자가 일어나 태양을 찬미하는 것을 보았다. 이 그림자들의 잔존 형태와 습성에서 어렴풋이 용의 특징이 보인다. 당시 거대한 용이 고대 이치의 인조 태양에 이끌려 승천했고, 용이 내뿜는 숨결이 태양을 녹였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이 거대한 열 에너지의 파동이 일련의 연쇄 반응을 일으켰고, 고대 이치 성 밑에 잠들어 있던 화산도 따라서 폭발했다. 그렇게 이 황금으로 지어진 고성은 자신의 백성을 삼키고, 거대한 용과 함께 깊은 땅속으로 가라앉았다.

후에 심연 아래 화산 동굴과 거대한 용의 유해는 새로운 생명 탄생의 온상이 되었다. 조각난 잔재들은 원령의 부추김 속에 부화하고 성장했다. 이 불완전한 생명체들은 그림자 속에서 태어나고, 죽으면 진창이 되어 자신의 동족을 삼키고 자신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새롭게 성장했다. 이제 수많은 용의 후예들이 조수처럼 심연을 뚫고 다시 세상으로 돌아가려 한다.
타락한 영령의 편지나는 과거 황금성의 번영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신도들은 여왕의 왕정을 오가며 그녀의 조각상 발등에 키스하고, 그녀의 손가락이 자신의 초개 같은 운명에 드리워지기를 빌었다. 어느 날 거대한 용이 영원한 태양으로 승천하면서 하늘은 밤낮 구분이 없어지고, 아름다운 황혼만이 남았다. 죽어가던 인조 태양은 용의 숨결에 점화되어 점점 영원의 형상을 잃어갔다. 그렇게 하늘에서는 두 날개를 가진 새가 비처럼 떨어지고, 땅 위에서는 두 발로 걷는 인간과 네 발로 기어 다니는 짐승이 여기저기 날뛰다 작열하는 황금모래 속에 살가죽이 온통 황금 조각상으로 변했다.

똑같이 황금으로 덮인 거대한 용은 비록 심연으로 떨어졌지만 죽음과 천년의 기다림에도 그 원한은 사그라들지 않았고, 그의 몸에 깃든 강대한 힘은 수시로 속박을 깨고 하늘의 빛을 보려 했다. 천 년 동안 여왕을 위해 싸운 영원의 신념은 나와 무수한 이치 전사들의 영혼이 안식하지 못하고 지금까지 심연의 경계를 지키며 용의 썩은 시체와 피 속에서 탄생한 섀도우 본과 격렬하게 싸우도록 만들었다.

이제 여왕은 저편에서 돌아오고, 영원의 태양은 다시 떠올랐지만, 나는 예전처럼 그 빛에서 힘을 얻지 못한다. 그 빛은 더 이상 순수한 금빛이 아니다. 그 속의 불순물은 우리의 의지를 부패시키고, 심지어 섀도우 본들에게 양분이 되었다.

내가 이 글을 남기는 것은 이곳을 볼 수 있는 누구라도 알아주기를 바라서다. 처음에 우리는 사악한 용의 섀도우 본과 맞서 싸웠다. 후에 우리는 동포와 싸웠고, 마지막에는 자신의 부패한 의지와 싸워야 했다. 심지어는 스스로 죽을 수도 없었다. 이미 죽은 지 천 년이 된 영혼이 어찌 죽음에서 해탈하기를 기대할까? 이것은 전투가 아니다. 전쟁터지만 적도, 전리품도, 피와 영광도 없다. 오직 과거의 그림자와 무한히 소모 당하는 영원만이 있을 뿐이다. 지금 이 순간, 나는 눈을 감고 다시 떴을 때 연회의 꿈에서 놀라 깨어나기만을 바란다. 그것은 끝없는 기쁨이자 끝없는 환희이다…
여왕의 침실
앨버트의 노트
"용의 행방을 쫓아 경기장에서 이곳까지 왔다. 도중에 다행히도 일부 서적의 잔재와 벽화 직물로 고대 이치의 과거를 조금 엿보았다. 여왕의 침실에 있는 황금 조각상과 화장대 거울이 내 추측을 뒷받침했다. 이 이야기가 유사 사랑에 관한 것이라 나는 은유와 연상을 섞어 로맨틱한 수식을 시도해 보았다.

타오르는 등불 앞에 나방은 과오를 깨닫지 못한다. 팔로마가 아무리 잔인하고 무정해도, 여전히 그녀의 미모에 빠져 그녀의 사랑을 갈망하는 자들이 있었다. 나소 가문의 장자인 제럴드, 그는 황금성 중심에서 가장 큰 경기장에 기꺼이 올라 맨몸으로 야수와 겨루었다. 결국 그는 야수의 머리를 베고 경기장 맨 꼭대기에 서서 하늘을 향해 여왕에 대한 사랑을 고백했다. 여왕은 순금으로 된 침실에서 그를 접견했다. 수많은 거울의 굴절 속에서 제럴드는 수많은 그녀를 보았고, 그녀의 치마 밑에 엎드린 수많은 자신을 보았을 것이다.

불쌍한 제럴드는 그의 넋을 잃게 만든 그 완벽한 얼굴에 대고 그의 그리움, 매료, 사랑, 그녀에게 주고 싶은 모든 것을 토로했을 것이다.

여왕은 모종의 방식으로 제럴드가 그의 사랑이 응답받았다고 믿게 만들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야수의 머리까지 베어버린 용사가 어떻게 남에게 조종 받길 원하겠는가?

이렇게 추측하는 근거는 여왕의 침대 뒤쪽으로 제럴드 나소란 이름이 새겨진 황금 조각상이 있는데, 그 얼굴에 서린 미련이 생생한 것이 마치 뜨거운 격정이 쏟아지는 그 순간에 머물러 있는 것만 같아서다. 이 황금 조각상 뒤로 무수한 모습의 각기 다른 수많은 황금 조각상이 거울에 비추었다.

마지막으로, 내가 이 이야기를 '유사 사랑'이라 부르는 이유는 제럴드의 이름 밑에 새겨진 명문 때문이다. '사랑이 가장 뜨거울 때 죽어라. 그래야 너의 사랑이 영원함을 증명할 수 있다.'

하지만 도대체 영원하다는 건 뭘까? '빠르게 흥했던 만큼 사그라지는 것도 갑작스럽다'라고 했던가? 한때 번성했던 고대 이치 문명도 역사 속에서 그 흔적을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